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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소,소금 완성사진

[스크랩] Re:뿌리없는단소와 뿌리단소중 어느것이 더 좋은단소일까요?

by 月華(월화) 2009. 1. 20.

단소 만들 때 뿌리를 포함시키는 것이 좋으냐 아니냐의 문제를 물리학적으로 논하려면, 먼저 음향 임피던스(acoustic impedence)라는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연주자에 의한 차이는 배제한 상태에서 순전히 관악기만의 객관적인 특성을 규정짓고자 할 때, acoustic impedence(이하 AI)를 사용합니다. AI는 전기회로의 저항과 거의 같은 개념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즉, 저항에 특정 전압을 걸면 그것에 대한 반응으로서 전류가 흐르게 되는데, 그 때의 비례 상수가 저항(정확하게는 1/R)이지요. 근데 저항을 나타내는 용어에 resistance와 impendence가 있는데, impedence는 입력과 출력 간에 위상차이가 있을 때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R(저항)-L(코일)-C(축전기)로 구성된 회로는 교류 전압을 걸었을 때, 전류가 전압보다 약간 더 빨리 또는 늦게 반응하게 되고(즉, 위상차가 생기고), 이것은 복소수로 기술하면 편리합니다. 이 때의 전압과 전류 사이의 비례 상수인 저항 역시 복소수로 나타나는데, 고등학교 때 물리를 배우신 분들은 그 저항값(impedence)이 주파수의 함수라는 걸 기억하실 수 있을 겁니다. 특정 주파수에서 저항이 제일 작아지는데, 그 때의 주파수를 공명주파수라고 하지요.

 

이제 단소에 대해서도 똑같은 논리가 적용할 수 있습니다. 관의 입구에 주기적인 압력(교류전압에 해당하는 건데, 주기적으로 진동하지 않는 압력은 아무리 걸어야 소리가 나지 않지요)을 걸어주면, 단소 내부의 공기가 진동하게 되고 이에 따라 소리가 납니다. 근데, 모두 아시는 바와 같이 관의 내부에서는 정상파를 이루는 소리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간섭에 의해서 소멸됩니다. 즉, 주파수에 따라서 음파가 투과하는 정도가 다릅니다. 이제 그 비례 상수를 전기회로에서처럼 acoustic impedence라고 부릅니다. resistance 대신 impedence를 쓰는 이유는 역시 입력과 출력 사이에 위상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당연히 AI는 주파수의 함수가 됩니다. 공명 조건을 만족하는 주파수에서는 AI가 작아져서 소리가 잘나고 그렇지 않은 주파수에서는 AI가 커져서 소리가 작아집니다.

 

이제 관의 AI를 한 번 측정해 보지요. 관의 입구에 스피커를 연결한 다음, 컴퓨터로 특정 주파수를 생성해서 스피커를 울리면 소리가 관 안으로 들어가겠지요.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관 안의 공기를 주기적으로 흔들어주는 거지요. 그런 다음 관의 적당한 지점에 마이크로폰을 설치해서 공기의 압력의 변화를 측정합니다(쉽게 말하면 그냥 소리의 크기를 재는 거라고 보면 됩니다). 컴퓨터로 입력 주파수를 연속적으로 변화시키면서 마이크로폰이 받는 음압(sound pressure)의 크기를 기록하면, 관악기의 주파수 특성을 알 수 있게 됩니다. 첨부된 이미지는 단소와 거의 똑같이 생긴 일본의 사쿠하치라는 악기를 이용하여 주파수에 따른 acoustic impedence를 잰 결과입니다.

 

AI가 처음으로 최소가 되는 f1이 기본 진동의 주파수가 되고, 이것이 우리가 입김을 가장 약하게(순취) 불었을 때 나는 음정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f2, f3, ...는 차례로 f1의 두배, 세배,... 가 되고 이것은 역취로 불었을 때 나는 소리가 됩니다. 주파수가 커질수록 극소값인 AI가 점점 커지게 되는 걸 볼 수 있는데, 이것 때문에 높은 소리를 내기가 점점 힘들어집니다. 게다가 주파수가 커질수록 극소값과 극대값의 차이도 점점 줄어드는데, 이것 때문에 높은 소리에서는 옆의 진동수도 같이 날 가능성이 점점 커집니다. 지공을 다 막은 상태에서 측정한 첫번째 결과와 지공을 하나 열고 측정한 두번째 결과를 비교해보면, 두번째는 8번째 공명주파수에서부터 갑자기 극대와 극소의 크기가 줄어드는 걸 볼 수 있는데, 이것은 관이 완전히 열린 상태가 아니라 취구와 작은 구멍이 공명관으로서 작용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입니다. 두번째 결과에서 네번째 극소값에 해당하는 주파수는 기본주파수의 배수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는데, 이것은 정상파가 구멍을 지나서 연장됨으로써 주파수가 달라지는 소위 cross fingering 현상입니다(열려 있는 구멍의 아래쪽 구멍을 한 두개 막으면 반음 높아지죠).

 

이렇게 측정한 AI(f)의 함수모양만 보면 그 악기의 특성을 거의 짐작할 수 있습니다. 공명주파수가 많고 극소와 극대값의 차이가 클수록 높은 소리 내기가 더 쉽고, 화음(harmonic=배음)이 많아서 소리가 화려하고 밝게 됩니다. 반면, 두번째 그림처럼 가능한 공명주파수의 수가 작으면 화음이 없어서 어두운 소리가 나게 됩니다. 아직까지 단소에 대해서 측정한 결과는 없지만, 단소의 음색으로 보아 공명주파수가 몇 개 없을 걸로 예상됩니다. 플룻의 경우에는 7-8개의 배음을 역취로 낼 수 있는데, 단소는 제가 해보니까 4번째 배음이 한계인 걸로 보이더군요. (플룻처럼 지공이 클수록 높은 소리를 내기가 더 쉽고, 더 밝은 소리가 나는데... 그렇게 만들면 단소 고유의 느낌이 안나겠지요.. ㅎㅎ)

 

이제 본론인 뿌리 얘기로 돌아오면, 뿌리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는 뿌리 단소와 윗대로 만든 단소의 AI를 측정해서 비교해 보면 됩니다.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대로 뿌리가 소리를 "먹어버린다"면, 공명주파수에서의 AI의 값이 커져서 공명주파수에서도 소리가 잘 안나게 됩니다. 아울러, 공명주파수의 갯수도 작아지게 될 겁니다. 만일에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유는 뭘까요? 아마도 파의 반사 때문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공기의 밀도가 다르면 소리가 반사되지요. 내경이 같다고 가정하면, 뿌리쪽이라고 공기의 밀도가 다르지는 않겠지만, 관악기의 경우는 관과의 마찰에 의하여 음파의 에너지 손실이 발생하고, 이것은 관의 재질이나 밀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취구와 뿌리 부분에서의 마찰이 다른 것은 음파의 반사의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파가 반사되면 원래 오던 파를 상쇄시켜서 소리를 먹어버리는 일이 생기지요. 문제는 그 정도가 얼마나 되느냐... 연주에 영향을 줄 정도냐인데... 전문 연주자나 김환중 선생님 같은 전문 제작자의 경험으로는 그렇다는 것이 현재까지 알려진 사실이지요. 아마 아마추어는 거의 느끼기가 어렵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최근들어 제가 가지고 있는 뿌리 단소의 경우에도 낮은음, 즉 협음으로 갈수록 점점 소리가 답답하다고 저도 느끼고 있는데... 이것이 아마 뿌리로 인한 영향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는 중입니다. 아래와 같은 AI를 재보면 되겠지만 (그러구 싶은 욕구가 요즘 무럭무록 자라는 중...ㅎㅎㅎ), 한가지 간단한 테스트 방법은 취구 반대쪽의 내경을 조금 넓혀 보는 겁니다. 대부분의 단소는 취구쪽에 비해 반대쪽의 내경이 약 1mm 정도 작은데, 이것은 소리가 퍼지지 않도록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유는 위에서 설명한 대로, 내경이 점점 좁아지면, 공기가 압축되어 반사파가 생기게 됨으로써, "꼭 잡힌" 소리가 나게 됩니다. 클라리넷이나 트럼펫의 경우에는 그 반대로 나팔관을 달아줌으로써 소리가 크게 울리는 거지요. 단소의 경우에는 주로 실내 연주나 반주를 담당하니까 우렁찬 소리보다는 높고 가는 소리가 어울리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구조를 갖게 되었을 겁니다. 내경이 좁아져서 생기는 효과와 뿌리에 의해 생기는 효과는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원하는 것 이상으로 소리를 잡아먹을 가능성이 클 걸로 생각됩니다. 이제 취구 반대쪽을 조금 넓히면, 그 효과를 어느 정도는 상쇄하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너무 심하게 해서 단소를 망치지 말고, 볼펜같은 데 사포를 말아서 조금씩 갈아주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 설 연휴에 한 번 해볼 생각...

 

 

출처 : 우리소리여울
글쓴이 : 고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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